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평소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본인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불평등이나 차별을 드러내어 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결정 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적이 있던 만큼 미처 인식하지 못한 내안에 관습이나 무의식적인 차별을 드러내 반성을 하는 기회로 삼게 해 주었다.
저자는 여러 가지 예시를 통해서 차별은 곳곳에 숨어 있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 미리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내용들이 너무 깊숙하고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자각의 중요성을 말한다. 어쩌면 이러한 자각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향하는 평등에 한걸음 더 가까워 질 수 있다 생각한다.
책은 사회에 숨겨진 차별을 이야기 하며 차별은 개인의 극복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변해야 하는 문제라 말한다. 우리 주변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본인의 가난과 상황을 극복하고 성장한 사람들이 있으며 이러한 경우를 우리는
‘개천에서 용 났다.’
고 말하며 찬양한다. 이러한 상황역시 저자는 차별로 발생하는 것이라 말한다. 저러 예시가 실제로는 굉장히 발생하기 힘들어 이러한 속담까지 생겨났다는 것은 명백하게 그들이 용이 되지 못하게 하는 유리천장이나 사회적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별이나 편견은 개인이 극복하고 이겨야할 역경이 아니라 사회가 변해야 할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차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다소 강력한 문구를 사용하여 발화한다. 남녀평등으로 가장 많이 외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역시 불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구조적으로 여성이 차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하며 결과론적 평등을 주장한다. 차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현재 우리의 사회 속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여러 영향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된나는 말로 이해 하려 한다. 문제는 이런 결과론적 평등은 상대적 다수자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게 되는데 있다. 다수자는 결과론적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이나 혜택이 다수자를 차별하는 것이며 소수자가 차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즉, 결과적, 실질적 평등을 지향하려면 차별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모순에 빠진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가 언제나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사회적 소수이고 약자라고 해서 다른 소수자나 약자를 포용하지는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최근 제주도에서부터 불거진 난민 문제이다. 국내에 여성들은 평소 사회적 약자로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고 말하다 난민이 아닌 국민으로, 다수자로서 난민 정책에 반대하며 강력한 차별을 휘둘렀다. 우습게도 사회적 약자로 차별을 반대하다가도 주류로써 차별과 편견을 행사한다.
다만 책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공정한 차별로 명명한 부분이다. 장애인과의 경쟁을 통해서 우리가 공정하다고 말하는 능력주의를 차별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가 든 예시는 실제로 장애인에게 불공정한 경쟁이 맞다. 또한 경제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완벽하고 동일한 결과적, 실질적 평등에 동의한다. 다만 우리 사회 속에는 일반적으로 공정한 경쟁도 존재하며 그것을 능력, 성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르고 사람의 능력이 다르다고 모든 경쟁, 성과가 무의미해 진다면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질적 평등을 위해서 능력과 성과와 무관한 평등이 완벽하게 이뤄진다고 가정하자.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온다고 해서 제로섬 게임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완벽한 실질적 평등이 파이를 줄여나가 망해버린 많은 공산 사회를 알고 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편견 없는 세상, 차별 없는 사회가 옳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그 원인을 사회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모든 원인이 사회에 있는 것이라면 개인의 노력이나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이 무엇이 중요하는 말인가?
결론적으로 보편성과 다양성의 관점으로 볼 때 세상 모두가 동일해 질수 없는 만큼 차별이 완전하게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차별을 없애려 결과론적, 실질적 평등을 이루려면 역설적이게도 그 차별을 드러내야만 실질적 평등을 이루는 지원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100개의 무덤에는 100개의 사연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두가 같게’ 라는 것은 지나친 이상주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며 끊임없이 차별과 싸워 나가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다수자, 주류임과 동시에 소수자 비주류가 되는 이유를 둘째 치고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바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작은 변화가 지속되다 보면 지금의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더욱 공정하고 편견없는 세상이 우리 자녀 세대에 만들어 질 것이라 기대한다.
첨 : 차별에 소극적 저항으로 침묵한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아직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은 차별을 당연시 하는 상황에서 차별적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인 소극적 저항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 된다는 저자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직장에서 상사와 분위기를 깨며 죽자고 싸우는 행동을 할 용기까지 없는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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