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의 전형적인 소설이다. 김진명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용두사미의 느낌을 받았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작가의 유명세와 이에 따른 역사 인식을 볼 수 있다는 주위에 평에 읽게 되었으나 그마저도 좋지 않았다.
1권 중반까지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특징인 과하게 이성적인 대화체, 음악이나 예술에 대한 묘사, 쓸데없는 성적 묘사는 작가의 개성이라 넘어 갈 수 있는 수준이다. 항상 그래 왔듯이...
다만 현실과 상상의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너무 과하게 느껴졌다. 꿈속의 성행위로 임신이 된 것처럼 묘사해 주인공의 다시 결합하도록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이 이혼해서 겪은 일이 하나의 환상이고 그것이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을 때 연결할 거리가 필요해서 억지로 만든...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인 것처럼 생각하고 확인할 필요가 없다.’라는 식의 결론은 이해 할 수 없다. 또한 메타포의 세계에서의 주인공의 행동이나 활동이 중요한 것처럼 묘사 되어 왔으나 현실과의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어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찾아보려 했으나 그 누구도 명쾌하게 해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없었다.
- 멘시키와 일본화‘기사단장 죽이기’는 그냥 버릴 소재였나?
- 메타포의 세계는 무엇일까?
- ‘기사단장 죽이기’는 무얼 말하려고 했을까?
- 얼굴 없는 사람의 초상화는 왜 나온거지?
- 강을 건너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 강물을 마셔서 적합한 몸이 되었다?
- 이중 메타포가 왜 위기인가?
- 소녀가 멘시키 집에서 탈출하는 과정과 주인공이 메타포 세계에서 겪은 일이 연관되나?
- 어떻게 그 구덩이와 연결점이 있는 걸까? 그냥 환상소설인가?
- 꿈속에서 아내를 임신시켰지만 현실적으로는 외도한 남자와의 아이가 맞는데 아닌가?
- 메타포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겪은 일이 어떻게 현실에서 소녀를 도왔는가?
- 이데아를 죽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의미 없는 환상세계의 내용보다 더 불만족스러웠던 것은 굉장한 복선처럼 보이는 인물(멘시키), 작품(기사단장 죽이기)을 만들고 그에 대한 어떠한 결말이나 명쾌한 설명 없이 끝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서 멘시키와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둬서 멀어져 버리고 기사단장 죽이기는 봉인해서 넣어둬 버린다. 가장 중요한 조연과 소재를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작가의 좋은 문체, 취향의 반영이 문학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명세를 제외하면 결코 좋은 소설로 보이진 않았다. 중반까지의 좋은 몰입도에 비하면, 개인적으론 절대로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아니다.
여지를 남겨둬서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두는 것도 정도껏이지 아무 내용을 멋지게 써놓는다고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어떤 평가에서는 노벨문학상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평도 보였다. 팬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이 작품 덕분에 수상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초중반의 흥미로운 전개, 개성적인 구성과 인물, 작가의 취향, 기존 작품 대비 드러난 역사 인식은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혹시 명쾌하게 해석된 것 참고할 만한 것이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다 읽었는데 하나도 안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니면 제가 주관적인 해석을 해야 되는 거라면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해석하신 내용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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