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김민형)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전체적인 양식은 이 책의 토대가 되는 수학이 필요한 순간보다 더 읽기 쉬운 책이었다. 각 장의 주제가 명확하고 토의를 기반으로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편안한 대화를 통해서 전달하는 바를 말해 주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가끔 지식을 뽐내는 책을 읽다보면 읽기에 거부감이드는 문장이나 어려움이 있으나 이 책은 예시와 대화, 질문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몰입을 높였다. 덕분에 몇 시간 안 되어 책을 다 읽었다. 수학 서적에 부담감이나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책으로 추천 하다.

 

개인적으로는 제논의 역설을 설명한 내용이 수학, 과학적으로 책에 주제와 가장 부합하게 느껴졌다. 제논의 논리가 역설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실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잡으며, 화살은 과녁에 도착한다. 이렇게 명확하게 정답이 있는 것을 우리는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해 역설이라 불렀다. 여기서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학이 필요하고 그 고민 가운데 수학이 발전하는 것이라는 책의 설명이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역설의 해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무한히 더해 유한값을 가지는 극한의 개념이다. , 역설과 같은 위기가 수학, 과학, 논리의 발전은 견인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책의 주제뿐만 아니라 내용 부분에서도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적절한 수학 수준이다. 서점에 나와 있는 수학 도서를 보면 훌륭한 책도 많지만 작은 수학적 현상에 지나치게 수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나열한 것을 엮어 놓은 책이 태반이다. 어린 학생들의 수학적 호기심과 흥미를 채워주려는 의도가 있겠으나 실제로는 책의 의미와 흥미를 모두 잃게 되는 책이다. 책을 읽어도 새로움과 깊이가 없고 인터넷 유머를 엮은 책을 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간 학생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난이도로 적절한 수학을 배치하고 깊이를 더한다. 하나의 수학적 주제로 이러한 깊이를 주는 책을 오랜만에 만나본다. 다소 지루한 이야기라 명명한 수학 기초론(파운데이션) 부분도 오히려 엄밀한 진행이 보여 좋았다.

 

앞서 말한 대화 형식의 글 속에서 작가가 하는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근본을 이해해야지만 수학을 이해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수학 교육에 대한 자아비판을 너무 좋아합니다.’ 라는 말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수학교육에 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문구도 많았다. 수학에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녀나 학생의 수학 교육에 대한 고민이 있던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학적 논리적 사고의 발전과 이를 단순화한 반복계산으로 변환하는 부분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분야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도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며 수학이 미래사회에 기여할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함께 더해주었다. 미래사회에 하나의 축으로 자라날 아이들에게 수학에 대한 좋은 관념을 세워줄 수 있는 책이라 보인다.

 

+ 책을 읽고 난 뒤 작가가 소개한 괴델,에셔,바흐, 로지코믹스와 같은 책들도 추가로 읽으며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오랜만에 학구열에 불타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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