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원 아이드 잭
주제 : 평범함, 적당함, 익숙함의 가치
시리즈 클리셰와 그 비판
이해가 안가는 점
리뷰 전체가 스포일러입니다.
영화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은 익히 알고 있는 타짜입니다. 그리고 이전의 시리즈와 마찬 가지로 ‘도박으로 승리’라는 내용이 아닌 다른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주인공 ‘도일출’과 그의 어머니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려 합니다. 거대한 도박판에서 살아남고 마음만 먹으면 도박으로 큰돈을 얻을 수 있지만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모습, 짝귀에게 받은 돈이 있지만 새벽부터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를 통해 평범한 삶에 대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어머니가 아들이 공무원 합격을 한 뒤, 돈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짝귀 역시 돈이 아니라 가족을 챙겼죠.
하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사실 중요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타짜 시리즈 역시 철학적이거나 명확한 주제 의식이 있는 영화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기대한 다른 부분도 영화는 채워주지 못합니다.
일단 앞선 타짜 1,2에서 너무나도 자주 봤던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도박으로 빚을 지는 주인공, 주인공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매력적인 여성, 주인공을 속이는 사기꾼, 주인공을 이끌어 주는 타짜 등 너무나도 뻔하고 익숙한 클리셰와 전개, 인물들이 계속해서 영화를 이끕니다. 익숙한 클리셰는 이미 검증 되어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한 장면이 전작을 뛰어 넘으려면 더 임팩트가 있거나 새로운 요소가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민’은 개인적으로 좋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인공 ‘도일출’은 매력적이지 못했습니다. 납득도 잘 안가는 캐릭터였죠. 처음 보는 여자와 국밥을 먹으며 특별한 이야기를 이끌어 낸 것도 없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적당히 도박하던 공시생이 갑자기 사채까지 사천오백을 땡겨서 여자 때문에 자존심 싸움을 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인공이 마돈나에게 빠져드는 장면은 연출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마돈나에게 반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고 어색한 국밥집 대화는 집중이 안 되었습니다. 또 주인공이 마돈나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느낄만한 연출도 없어 보였습니다. 뭔가 신비롭고 몽환적이며 사연 있는 여자라는 느낌을 내고 싶었던 마음은 알겠지만 관객에겐 이상한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전편에서 보았던 김혜수, 신세경이 연기한 캐릭터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모습 이였습니다.
사기 당하는 장면은 어떤가요? 타짜2의 주인공 대길이 9984점으로 빚지던 장면이 기억하시나요? 굉장히 임팩트 있고 긴장감이 흐르죠.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적당히 주인공이 돼서 클리셰를 따르기 위한 장면으로만 보였습니다. 영화에서 모든 포커 게임은 단판, 올인 승부였습니다. 전편과 같은 전개로 가려면 적어도 연출이나 다른 장치를 통해 더 특별한 무언가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소재만 포커로 바꿨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의 스승 애꾸는 어떤가요? 고니의 스승인 평경장, 대길이의 스승인 고광렬은 그 자체로도 매력이 있는 캐릭터 였고, 고광렬도 타짜1을 본 입장에서 너무나 반가운 캐릭터입니다. 류승범의 애꾸도 시작은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그런 스타일로 나온 것만으로도 기대가 됐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여준 것 없이 허무하게 사라졌습니다. 본인의 실력을 보여준 것도 없고, 외모에서 기대한 특별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팀을 만들고 시나리오를 짜는 도둑들, 오션스 일레븐 같은 연출 이외에는 애꾸의 매력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영화를 보신 분들은 느꼈겠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뇨. 그렇게 쓸 거면 굳이 류승범의 애꾸가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이렇게 기존의 흥행 클리셰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만 이야기의 개연성으로 이해가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도일출은 도대체 왜 마돈나에게 반한 걸까요? 첫 눈에 반하는 그런 걸까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첫눈에 반한 불법 도박장 딜러를 위해 사채 사천오백 정도는 쓰실 수 있나요?
도박장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은 배신자인 걸까요? 배신자라면 도대체 왜 배신한 걸까요? 이야기를 위해 만든 거니 그냥 넘어갈까요?
애꾸는 도일출을 어떻게 한 눈에 알아 봤을까요? 20년전에 짝귀가 죽었다면 20년전 어린아이를 보고 바로 짝귀가 떠오를 정도로 닮았다는 설정인가요? 여러분은 정말 닮았다고 해서 20년전 만난 분의 아이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으신가요? 저는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사기팀의 구성원의 첫 설정을 왜 했을까요? 여자를 유혹하며 나오는 까치, 손기술이 좋은 영미, 사기꾼 역의 권원장은 어떤 매력을 보여주려 했을까요? 그냥 소모품 인가요? 작전 중 까치는 여자를 유혹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고, 영미는 손기술을 발휘하지도 않습니다. 권원장은 그냥 사기꾼으로 끝났습니다. 셋 밖에 안되는 인물들에게 자신만의 매력, 사연도 없는 연출은 성의가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도둑들, 오션스 일레븐처럼 10명이 넘은 인물들도 각자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영화가 있는데 타짜3는 이런 부분도 아쉽습니다.
애꾸를 실화로도 기술로도 압도했던 마귀는 마지막 그런 간단한 바꿔치기도 눈치 채지 못하는 호구였습니다. 짝귀도 이기고 모두가 칭송하는 애꾸도 이기던 마귀가 너무 쉽게 첫 판에 속는 모습에 실소를 터트렸습니다.
반대로 처음 호구로 나왔던 우현은 뒤로 가면서 이상하게 포스 넘치는 인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우현은 사람을 아무렇게 죽이는 정말 법을 초월한 인물로 변하더군요. 그러면 애초의 도박은 왜 했는데 모르겠습니다. 부하들 시켜서 다 죽이고 돈 빼앗아 가면 그만인 걸 말이죠.
마지막으로 제목에 원 아이드 잭은 왜 달고 나온 걸까요? 허영만 화백님의 시리즈를 따라 한다는 의미였을까요? ‘원 아이드 잭’은 어떤 카드로도 사용 가능한 만능 최고의 카드죠.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 해당 내용을 의미하거나 상징라는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애꾸니까 원 아이드 잭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요?
타짜의 전작이 너무 좋은 작품이라 시리즈물은 계속 나오고 앞의 작품과 비교를 당하지만 그래도 많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많고 킬링 타임용 영화를 보실 분들은 상관없지만 전작들만큼의 긴장감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타짜:원 아이드 잭’ 리뷰입니다.
<사진은 예고편에 있는 장면입니다.>
'개인 취미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1987(1987:When the Day Comes) 리뷰 (감독:장준환) (0) | 2020.03.29 |
---|---|
영화 국제시장(새로운 해석, 장단점) 리뷰 (0) | 2020.03.27 |
영화 기생충(영어로 PARASITE) 스포일러 리뷰 + (기생충 관련 총정리) (0) | 2020.03.07 |
영화 알라딘-램프의 신(2019), 감독:글렌 캠벨 리뷰 (0) | 2020.02.28 |
[영화]조커 리뷰(Joker, 2019) 결말 엔딩 완벽 해설 (0) | 2019.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