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감독:이준익)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과 시를 꼽을 때 항상 꼽히는 이름이 윤동주다. 그의 시는 대부분 잘 알려져 있으며 서시(序詩),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고, 시의 제목만 보고는 모르더라도 노래나 드라마, 영화에서 한번쯤 본적 있는 구절이 있을 것이다. 이 중 대표작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서시(序詩)’가 첫 번째 선택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서시 인가?

 

서시를 한 번 보고 가보자.

 

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지난번에도 언급 하였듯이 시를 해석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르다. 나는 윤동주가 언제나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괴로워했다고 생각한다. 윤동주는 자신을 하늘이라는 이상향에 비춰, 부족한 자신을 부끄러워 한 것 같다. 이러한 부끄러움은 자화상’, ‘참회록과 같은 다른 시에도 잘 드러난다.

 

그리고 별 혹은 이상향을 향한 시를 쓰며 노래한 것과 같이 이상을 지키는 삶을 선택하며 희생하는 이들,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꿈꾸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고, 그 길을 걷겠노라며 의지를 다잡는 모습이 보여준다.

 

그리고 어두운 밤과 같은 작금의 상황 속에서도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동주의 이상은 여전히 어렵고 시리다며 힘들어 한다. 바람으로 인해 쉽지 않다고...

 

그렇다면 윤동주는 왜 부끄러워 했을까?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알고 있었다.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영화 마지막에 윤동주가 자신이 독립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쉽다며 절규하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윤동주가 스스로를 부끄러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인물이 있다. 바로 송몽규라는 인물이다. 결정적으로 동주가 알지만 하지 못했던 행동으로 하는 독립운동을 한 인물이다. 윤동주가 생각했던 해야 할 일, 양심이 시키는 일, 이상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인물이다. 이런 사람 옆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이가 얼마나 있을까?

 

실제 송몽규라는 인물은 신춘문예 당선, 교토대학 합격, 이후 학생독립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공로로 1995815일에 대한민국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 되었다.(윤동주 역시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 되었다.)

 

영화를 보면 동주는 이러한 송몽규와 친밀한 관계이나 실제 독립운동의 실행의 측면에서는 몽규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것으로 나온다. 실제 동주가 교토로 이동한 뒤에 몽규와 함께 주도 했는지, 아니면 몽규가 일부러 거리를 두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에서는 행동 부분에서 동주의 적극적 주도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러한 연출 덕에 동주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더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의 시는 그의 이상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보면 동주는 명백한 독립시인이다. 펜으로 싸운 사람이다. 그러나 윤동주는 이런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다시 몽규에게 돌아가 보자. 난 모든 사람이 몽규 같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자신의 소신대로 이상적으로만 움직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다만, 동주와 같이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며 부끄러움을 알고 인정하며, 자신이 위치에서 소신을 지켜 나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윤동주라는 인물과 그의 시를 깊게 이해하게 된 영화, 강력히 추천한다.

 

보태기1

시와 영화가 어우러지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영화다. 특히 흑백 영화로 만들 것이 정말 좋은 선택으로 느껴진다.

 

보태기2

시인 윤동주와 그의 시를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군국주의, 전체주의가 개인, 이상을 꿈꾸는 사람을 어떻게 부숴버릴 수 있는지 보여주었던 영화다.

+ Recent posts